2024 중심사업
다큐멘터리: City - Montage!
Project Type:
리서치 & 캠페인 & 출판
Schedule:
리서치: 2024.04.27(토) - 2024.08.10(토)
캠페인: 2024.06.15(토) - 2024.08.23(금)
출판: 2024.08.26(월) -
Location:
캠페인: 서울특별시교육청, 여의도공원, 서울특별시청
발제문
“지금 당신의 서울은 살만한 도시인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명실상부 제1의 도시, 정치 · 경제 · 문화 · 교육 1번지. 이러한 상투적인 표제는 생각보다 더 많은 함의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자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젊음과 활력의 도시라고 생각할 것이다. 곳곳의 “핫 플레이스”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흥미로운 사회 · 문화 실험의 장이 된다. 또 누군가는 부와 성공의 상징이 된 강남과 “한강 뷰”를 떠올리며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을 수도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서울의 월등한 교육환경이 먼저 연상될 지도 모르겠다. 출근길 교통난으로부터의 해방에 목말라 있는 이들도,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 숲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바로 서울 인구의 1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2022년 인구총조사, 통계청] 20대 청년들에게 말이다. 과연 그들의 목소리는 인구 비율에 비례하여 15%라도 서울에서 대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왜 서울에는 창문 하나 없는, 있더라도 소음, 매연, 악취 등의 문제로 열 수도 없고 냉 · 난방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자신의 몸 하나만을 겨우 누일 수 있는 단칸방 속에 스스로를 가두면서까지 살아가는 청년들이 존재하는가? 매일같이 근면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20대 청년들에게 원거리 이동은 사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발전된 인프라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지닌 주거 소유가 청년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욱 큰 특권으로 작용하게 된다. 도시적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비도심의 격차는 도시가 고도화될수록 커지게 되고, 이에 서울 시민들은 그 근교나 지방으로 이주했을 때 ‘밀려났다’는 박탈감을 느끼게 되므로 이를 두려워한다. 이는 곧 스스로를 열악한 생활 환경으로 몰아넣으면서까지 악착같이 서울을 떠나지 않고, 떠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모더니즘의 파동은 모든 개발도상국이 예외 없이 겪은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한국의 진통이 유독 극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1970년대부터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은 민 · 관 어느 한 편도 서로를 제지하거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명명되는 한국의 비약적인 규모적 성장을 견인했다. 이러한 전례 없는 급속도의 경제 발전이라는 거시적 성공의 이면에는 심각한 수도권 인구 과밀화 현상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수년째 대한민국 정계에서 인구 문제와 그 파생 현상들이 의제로 오르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대책 없이 악화일로만을 걸으며 부동산 가격 폭등, 고물가, 교통 및 환경 문제들을 연쇄적으로 야기하고 있다. 향후 사회를 주도하게 될 청년 세대에게 작금의 세태는 더욱 암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왜 청년들은 서울을 그들의 손에서 놓쳐 버렸는가? 지금의 서울을 생각컨대 “살만한” 도시로 여기지 않는 청년들이 있음은 분명하지만, 현재 그들의 인식과 실질적인 개선 노력에는 큰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 ‘온도차’는 어디에 그 원인을 두고 있는가? 진정 오늘날의 청년들이 이전 세대만큼 사회 문제에 단순히 관심이 없거나 행동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가? 이전보다 먹고 살기가 빠듯하여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어서, 또는 그런 것에 관심을 쏟지 않아도 충분히 “살만해서” 그런 것인가? 원인이 무엇이든 지금의 청년들이 스스로 내야 할 만큼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 · 사회적 무관심과 냉소는 그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소외되었다는 인식은 그들을 다시금 실망시키면서 빼앗긴 사회로부터 자신을 더욱 철저하게 유리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건축인들에게 묻겠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합목적성의 무제약적 폭주를 제어하지 못한 책임이 건축계에는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금껏 건축인들은 스스로에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지도 않은 채 무기력한 수용자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이 문제에 편승하거나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사회적 책무가 주어짐을 이 자리에서 역설하고자 한다.
도시의 토양 위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건축은 결국 고사하게 된다. 도시 속에서 건축 행위는 그 유효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도시의 일부가 됨을 지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개입되는 일련의 건축적 의사결정들은 합목적적 측면에서 정치 · 사회 · 경제적 요구와 유리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건축 행위가 단순히 건축가의 지적 유희나 예술적 자아 실현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건축가들은 이 의사결정 과정이 도시환경에 대하여 “합리성”을 견지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관여해야만 한다. 합리성은 단순히 건축 행위가 도시 속에서 “유효”하기 위해 필요한 합목적적 고려들과는 달리, 사회와 도시에 대한 건축가의 주체적 분석, 그리고 이들의 현실에의 적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하는 실천 이성적 규범으로 작용하여, 건축 행위의 도덕적 층위로의 고양을 가능하게 한다.
불행하게도 현대의 건축계는 합리적 의도 실현에 대해 무력감에 잠식되어 있는 것을 초월하여 반감을 표출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분명히 도시라는 이 거대한 시스템은 건축가 집단이 온전히 파악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상술한 무력감 또한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무수한 실패 사례로부터 학습된 의식적인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도시 내에서 시공간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축 행위를 주도하는 건축계가 언제까지나 사회적 요구를 외면한 채 고고한 행보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가?
오늘날의 서울의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건축가의 사회적 책무는 더 이상 무시되어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주거면적의 축소와 1인가구의 증가, 그리고 파편화와 개인주의의 팽배라는 이 불가분한 현상의 근본적인 해소의 단초는 개인간의, 그리고 개인과 사회 간의 의사소통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상호 의사소통에 규준이 되는 최소한의 공유 가치관의 부재 문제는, 현대 사회의 대도시에서 장소성을 상실한 채 부유하는 개인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생활 환경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이에 대한 주체 · 능동적 표현의 유도를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사회와의 유대 관계 형성을 통한 현대인의 실존성 회복이라는,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 할 근본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이에 생각지대는 우리에게 주어진 도구들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프로젝트 <City-Montage!>는 지금, 여기, 자신들에게 현상하는 도시로서의 서울, 우리의 서울이 어떤 도시인지 청년 세대 스스로 자문하고, 건축의 언어를 통해 기록하여 다시금 그 결론을 도시와 사회에 반영하는 자기반성적 프로젝트다.
선제적으로 현 서울의 20대 청년들의 삶 속에서 축적된 공간적 경험과 그 기저에 놓인 원리가 청년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그들이 직면한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가지는 인식과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한다. 전술했듯이 건축 행위는 사회 · 문화적 토양 위에서 이들을 흡수하며 성립하기 때문에, 더 이상 모더니스트들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시 · 지리 · 사회 · 심리 · 통계학 등 범학문적 방법론의 종합을 통해 우리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실험적 분석 방식이 새로이 고안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 자체가 ‘현상 공간에 대한 분석과 적용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광의의 건축학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학문적 시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실로 대학이라는 환경과 학생이라는 사회적 위치는 어떠한 이해관계나 학제 간 경계에 제약되지 않고 이러한 시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간주된다.
상술한 분석의 핵심적인 과정은, 추상적인 사회 문제들이 물화(物化)되어 구체적인 장소성이 부여된 형태로 도시공간의 일부를 일정 기간 점유하면서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킨 후, 그 영향을 받은 시민들의 능동적 상호작용을 추동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즉자-대자적으로 완성된 프로젝트의 결과는 지금 이 시점에서만 시민들 눈 앞에 펼쳐진 서울의 민낯은 어떠한지, 그들 자신에게 진정으로 문제시되는 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주관적으로 투영한 일종의 “몽타주(Montage)”로서 다양한 매체로 성실하게 전사되어 배포될 것이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청년으로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또 향후 서울의 건축 행위를 주도하게 될 예비 건축인으로서, 지금까지 서울 내에서 이루어진 건축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재평가하며 도시의 제반 상황과 현상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를 통해 서울과 국가 전반에서 나타나는 사회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며 청년들의 사회 참여 권리의 회복을 기도한다. 대외적으로는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도시를 한 번 어색하게, 혹자에게는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만드는 데에 목표가 있다. 나아가 정책 입안자들과 건축인들에게 서울 시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 서울의 모습과 그 내부의 문제를 시각적으로 묘사하여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시하는 “프로파일링” 보고서로, 또 학생들의 자성의 목소리를 알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그들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함을 역설하는 호소문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